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응급실을 찾는 뇌혈관 환자가 늘어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질환이 뇌동맥류입니다.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 증상이 없어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립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꽈리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입니다. 부풀어 오른 혈관벽은 얇아져 있어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터지는 순간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이어지고, 환자의 약 30%가 사망합니다. 살아남더라도 절반은 언어장애·운동장애 같은 영구 장애를 안게 됩니다.
문제는 파열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기검진으로 미리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은 뇌동맥류 증상부터 검사, 크기별 치료 기준, 질병코드까지 정리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입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뇌동맥류란: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은 혈압 변화에 따라 쉴 새 없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합니다. 이런 혈역학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혈관 벽의 약한 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이것이 뇌동맥류입니다.
크기에 따라 분류합니다. 10mm 미만은 소동맥류, 10~24mm는 대동맥류, 25mm 이상은 거대 동맥류입니다. 모양도 주머니 모양(낭형), 양쪽으로 퍼지는 모양(방추상), 혈관이 찢어지는 모양(박리성)으로 나뉘며, 모양·크기·위치에 따라 파열 위험이 달라집니다.
40~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 1.6배 많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 흡연입니다.
파열되기 전 신호가 있을까: 뇌동맥류 증상

안타깝게도 파열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됩니다.
드물게 나타나는 신호가 있습니다. 부풀어 오른 동맥류가 주변 뇌신경을 누르면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임), 눈꺼풀 처짐(안검하수), 사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두통과 함께 눈꺼풀이 처진다면 뇌신경 압박 증상일 수 있어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파열되는 순간의 증상은 분명합니다. "쇠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 마비, 언어장애가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을 잃습니다. 평생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두통이 오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왜 찬바람 불면 더 위험할까


추위와 큰 일교차에 노출되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얇아진 뇌동맥류 벽에는 이 혈압 변동이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날씨가 추워질수록 뇌혈관질환 사망자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입니다.
겨울철에는 혈압 변동이 생기는 상황도 조심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힘주기, 무거운 짐 들기, 음주, 새벽 운동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오전 6~11시는 심근경색·뇌졸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이므로, 고혈압이 있다면 새벽 찬바람 속 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동맥류 검사: 어떻게 발견하나
뇌동맥류 검사는 보통 혈관조영 CT(CTA)로 1차 검사를 하고, 의심 소견이 있으면 뇌혈관 MRI(MRA)로 위치·모양·크기를 정밀하게 확인합니다. 가장 정확한 검사는 뇌혈관조영술(DSA)로, 손목이나 허벅지 혈관을 통해 조영제를 넣어 혈관을 직접 봅니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위험인자가 있다면 검사를 미루지 마세요. 흡연자, 고혈압·당뇨 환자,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경우에는 뇌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크기가 치료를 결정한다: 뇌동맥류 크기와 치료 기준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모두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 자체에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크기·위치·모양, 나이와 건강 상태를 종합해 결정합니다.
- 3mm 이하이거나 파열 위험이 낮은 부위: 추적 관찰 (1년에 한 번 CTA나 MRA로 변화 확인)
- 5mm 이상: 다른 위험 요인과 함께 치료 필요성 검토
- 파열 위험이 높은 위치(전교통동맥·후교통동맥·후순환계),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돌출된 경우, 추적 중 커지거나 모양이 변한 경우: 크기가 작아도 적극 치료 고려
치료하지 않기로 했더라도 1년에 한 번씩은 영상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관찰 도중 변화가 생기면 파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뇌동맥류 치료: 클립결찰술 vs 코일색전술

현재 뇌동맥류를 없애는 약물은 없습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 치료법을 비교합니다.
- 클립결찰술: 개두술로 두개골을 연 뒤 특수 클립으로 동맥류 입구를 묶어 혈류를 차단합니다. 재발 가능성이 낮고, 입구가 넓거나 분지부에 있는 동맥류에 유리합니다. 다만 개두술의 부담이 있어 세심한 술기가 필요합니다.
- 코일색전술: 머리를 열지 않고 대퇴동맥에 카테터를 넣어 백금 코일을 동맥류 안에 채워 막습니다. 성공률이 98~99%에 달하고 고령자도 부담이 적어 최근 치료의 대세입니다. 다만 코일이 압축되거나 혈류가 다시 들어가는 '재개통'이 약 20%에서 생길 수 있어 추적 관찰이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혈류전환스텐트,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등 혈관 내 치료가 많이 시행됩니다.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동맥류의 특성과 환자 상태에 따라 신경외과 전문의가 결정합니다.
치료 후에도 끝이 아닙니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통해 MRA·CTA로 재발과 새 동맥류 발생 여부를 확인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뇌동맥류 질병코드

진단서나 보험 서류에서 마주치는 뇌동맥류 질병코드를 정리합니다.
- I67.1: 파열되지 않은 대뇌동맥류 (KCD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비파열 뇌동맥류에 부여되는 코드입니다.
- I60: 지주막하출혈. 동맥류가 파열되어 출혈이 생기면 이 코드가 적용됩니다.
I67.1 진단을 받으면 뇌혈관질환 진단비 특약의 보장 대상이 될 수 있어, 가입한 보험 증권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보험사는 검사 방법(조영 MRA·CTA·DSA 여부), 병변의 크기와 위치 등을 심사하므로, 진단서와 영상 판독지를 꼼꼼히 챙기세요.
겨울철 뇌혈관을 지키는 습관
- 외출 시 목도리·모자로 체온 유지하기 (특히 새벽 시간대)
-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약 꾸준히 복용하기
- 금연하기 (흡연은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 중 하나)
-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이기
- 매일 30분 이상 가볍게 걷기 (새벽 격한 운동은 피하기)
-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생선 충분히 섭취하기
"나는 괜찮겠지"가 가장 위험합니다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어서, 터지기 전까지는 본인이 환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번 터지면 골든타임조차 무의미해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 40대 이상이라면, 특히 고혈압·흡연·가족력이 있다면 이번 겨울이 오기 전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세요.
평생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오면, "좀 쉬면 낫겠지" 하지 말고 즉시 응급실로 가세요. 그 판단이 생명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