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가려졌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10월 5일(현지시간) 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광유전학' 분야를 개척한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등 3인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빛으로 살아있는 뇌의 신경세포를 켜고 끌 수 있게 된 것은 뇌 질환 연구의 판도를 바꾼 발견으로 평가받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의 업적과, 이 기술이 치매 치료와 파킨슨병, 우울증 연구에 어떤 길을 열고 있는지 정리합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광유전학' 학자 3인은 누구인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이유는 "광개폐성 이온 채널과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입니다. 세 수상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특정 파장의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채널로돕신'을 규명한 주인공입니다. 2016년부터 헤르티 신경과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생리학연구소 시니어 교수): 헤게만과 함께 채널로돕신의 특성을 밝혀내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정신의학·행동의학 교수): 이 단백질을 이용해 살아있는 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빛으로 제어하는 광유전학을 신경과학의 핵심 연구 기술로 발전시켰습니다. 2025년 3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살아있는 뇌의 개별 신경세포 활동을 켜거나 끌 수 있게 해주는 광유전학으로 이어지는 발견"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습니다.
광유전학이란? 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기술

광유전학은 유전공학과 광학 기술을 결합한 혁신 기술입니다. 빛에 반응하는 이온 채널 같은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뇌세포에 발현시킨 뒤,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면 해당 신경세포나 뇌 회로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켜거나 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전기 자극과 달리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노벨위원회는 "이 방법이 현재 전 세계 연구실에서 뇌의 신비를 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치매 치료 연구: 빛으로 기억력을 되살리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조명한 광유전학과 빛 자극 기술은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료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의 동물 모델 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계명대: 치매에 걸린 실험용 쥐의 특정 뇌 회로에 660나노미터 파장의 적색 LED 빛을 비춘 뒤 인지기능과 치매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KAIST·한국뇌연구원: 적색 40Hz 빛이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줄이고 기억 기능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소(ADAM17)는 늘고, 플라크를 만드는 효소(BACE1)는 줄어드는 이중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 고려대: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 BAX를 빛으로 제어해 불필요한 신경세포 사멸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연구는 모두 동물 모델 단계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치매 치료법이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빛의 파장과 강도, 조사 시간 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후속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파킨슨병·우울증: 뇌 회로 이상을 밝히는 열쇠

광유전학은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정 뇌 회로의 활성 패턴과 행동 사이의 인과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를 세포·분자 수준에서 시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울증 연구에서도 광유전학은 중요한 도구입니다. 다이서로스 연구실의 기술은 우울증·조현병·자폐 스펙트럼 장애·파킨슨병·중독 등과 관련된 뇌 회로 이상을 연구하는 데 사용돼 왔습니다. 정신의학을 전공한 다이서로스 교수의 이력이 말해주듯, 광유전학은 마음의 병을 뇌 회로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사람 치료까지 남은 과제

광유전학이 당장 병원에서 쓰이는 치료법은 아닙니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광감응성 단백질을 뇌세포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유전자 전달 기술과, 두개골을 열지 않고 빛을 전달하는 방법, 장기 안전성 검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이 이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뇌 질환의 원인을 '회로'의 수준에서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은, 치매 치료와 파킨슨병, 우울증 정복을 향한 가장 확실한 지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026년 노벨상 발표 일정

올해 노벨상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을 거쳐 12일 경제학상까지 6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빛으로 여는 뇌 질환 연구의 새 시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하나의 발견이 뇌 신경세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로, 그리고 치매와 파킨슨병, 우울증 연구의 새로운 무기로 이어졌습니다.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기초 과학의 발견이 인류의 가장 어려운 질병들에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